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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y Nation
역도부 폐지 및 부활에 관해 비판하는 주장도, 한 학우의 단식투쟁을 지지하는 주장도, 국정원 선거개입 시국선언을 고려하자는 주장도, 시국선언을 반대하는 주장도, NLL에는 평화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남북의견을 조율해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어 ‘평화’를 이룩하자던 주장도, 모두 존중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학교를 위해 행한 단식투쟁을 비하하는 주장은, 현재의 역도부 사태에 대해 용감히 단식투쟁을 했던 한 학우를 비하하는 주장은, 스스로를 좌-우 성향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자신과 반대성향의 타인에게는 인신공격을 하는 주장은, 타인이 선호하는 것을 포용하기 보다는 다분히 조롱하는 말로써 정신적 테러리즘을 가하는 주장은, 모두 존중하기보다는 ‘개인의 책임’을 먼저 물어야 마땅합니다. 지금의 사이버공간은..
김동리 - [역마] (원작 결말) 한 걸음, 한 걸음, 이 발을 옮겨 놓을수록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어. 멀리 버드나무 사이에서 그의 뒷 모양을 바라보고서 있을 어머니의 주막이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갈무렵 하여서는, 육자배기 가락으로 제법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고 있는 것이었다. (뒷이야기 창작) 성기는 엿판만 만지작거리다 금새 해동마을에 다다랐다. 그곳에서 새 인생을 살아보겠노라 다짐하면서. 봉숭아,살구꽃,개나리 할 것없이 많은 꽃들이 흐드러지게 마을 뒷산을 가득 메운 봄이 되던 해에 성기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새하얀 엿을 팔고있었다. "꽃은 꽃이 아니고......" 갑자기 들려온 낯선 소리에 성기는 툭툭 자르던 엿가락을 떨어뜨리고말았다. 그 자리엔 오래전 성기를 이곳으로 이끌게 한 장본인인..
“감기 고뿔도 남 안 준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왜 재벌들이 당신들에게 돈을 주겠는가.”(327쪽) 그렇다. 재벌들도 ‘사업’으로 시작해 ‘사업’을 하고 있는 일반 사람들일 뿐이다. 그런데 조금 오래전부터 우리들은 그런 재벌들, 대기업들의 사회환원에 대해 침을 튀기며 많은 말들을 하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 우리에게 ‘돈 많이 벌었네. 기부 좀 많이 하지?’라며 강제성을 띈 말을 한다면 어떨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소설 속의 대기업인 태봉그룹의 서열 3위 간부인 강기준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결국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적”(335쪽)인 인간일 뿐이다. 의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껏 욕하고 싫어해온 대기업들의 일상을 대기업의 입장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만 을 중요시하는..
릴케의 사랑, 존재론적 소유를 통하여 존재와 소유는 에리히 프롬의 ‘소유나 존재냐?’라는 도서의 이름처럼,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대립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릴케의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작품과 사상에 스며들어있는 존재론적 세계관과의 관계를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소유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릴케의 사랑은 ‘보다 인간적인 사랑’이다. 이것은 ‘소유하지 않는 사랑’이나 ‘대상 없는 사랑’과는 다르다. 사랑하는 대상이 물리적으로 부재하는 상황을 ‘대상 없이 사랑 속에 있는 상황’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사랑하는 대상이 떠났다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이의 의식 속에서는 여전히 연인으로 남는다. 따라서 둘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완전히 떠났는데도 영원히 사랑의 대상..
여기 작디작은 먼지다듬이가 있습니다. 먼지다듬이는 숲속 작은 나무 밑동 아래 먼지구덩이 속에 살고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이곳이었고, 가족도, 친구도, 이름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하늘이 보였고, 그때부터 자신의 이름을 '하늘'이라고 불렀습니다. 하늘이는 숲속 친구들도 같은 하늘 아래 태어났으니, 모두 자신과 떨어질 수 없는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만 좀 웃겨! 내가 왜 네 친구야?” 오늘도 어김없이 나나가 하늘이에게 핀잔을 줍니다. 나나는 숲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나비랍니다. “너처럼 작은 몸집을 갖고 있으면, 친구들이 위기에 빠져도 구해줄 수가 없다고! 그러니까 넌 절대 우리와 같이 다닐 수 없어! 꿈 좀 깨.” 미스터 용감무쌍이 ..
메이크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피부를 어떻게 표현하느냐, 입니다. 프라이머로 모공을 메우고, 그 위에 파운데이션을 올려봅시다. 매끄럽게 정돈된 피부가 보이시죠? 아, 칙칙한 부위나 붉은 자국이 있는 부분은 보색으로 톤보정을 해주는 것도 잊지 마세요. 그래야 좀 더 균일한 피부가 된답니다. 참고로 노란색이나 초록색은 붉은 톤을 잡아주고, 분홍색은 푸르고 창백한 톤을 잡아줍니다. 사실 어떤 도구를 이용하는지도 완벽한 피부 표현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모가 길든 짧든 파운데이션용 브러쉬는 무조건 탱탱해야 합니다. 포슬포슬한 브러쉬로는 사람의 잔주름들을 충분히 메꿀 수가 없거든요. 이렇게 몇 단계를 거친 피부를 보십시오. 윤기나고, 매끄럽고, 아름답죠? 조금 실망한 표정인데요. 그럴 수도 있죠. 이런 방식..
햇살 좋은 오후입니다. 녹음(綠陰)이 가득한 지상배수로를 따라 걷습니다. 친구들도 깔깔깔 신이 나서 나뭇잎도 따보고, 콩벌레도 잡아보고, 돋보기로 종이도 태워보고, 태양 째려보기 놀이도 합니다. 다흰이는 언제나와 같은 이 아름다운 일상을 좋아합니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동네에 못 보던 강아지가 한 마리 보입니다. 담장 밑에서 빼꼼-, 고개만 내밀고 가만히 있는 모습이, 얼굴이 끼었나봐요. “얘! 멍멍아 넌 누구야?” 멍멍이는 대답이 없습니다. 미동도 없습니다.“멍멍아~ 넌 어디서 온 거야?” 다흰이는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여전히 멍멍이는 대답이 없습니다. 여전히 미동조차 없습니다.“멍멍아! 뙤양볕 더위라도 먹은거야?” 다흰이는 멍멍이의 코를 톡-, 쳤습니다. 그러자, 데굴데굴 데..
과학은 오랫동안 세상을 지배해왔다. 나무를 가공해 종이를 만들었고, 석탄을 태워 얻어낸 에너지로 우리의 다리를 쓸모 없게 만들었다. 우리는 무너지지 않을 모래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자연을 이용하려는 것이 생태계를 파괴해왔다고 주장한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 매연으로 가득한 하늘. 나는 이 같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없애기 위해 어디서든 자랄 수 있는 식물의 배양 실험을 비밀리에 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과학은 또 한 단계 진보했다. 플라스틱 위에서 식물이 자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물과 빛, 그리고 흙이 있어야 식물이 자랄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는 모두 식물이 영양분을 빨아먹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나는 이를 깨닫고 그 수단만 조금 바꿔주는 실험을 했다. 식물의 분자수준에..
축하합니다! 이제 막 첫 번째 행성을 폐기했습니다. 다음은 어느 것으로 할까요? 아 참, 지금 막 깨어나셨죠? 그러니까 성함이... 네? 그딴 건 됐고 설명이나 해달라고요? 하하하, 이번에는 성격이 화끈하신 분이라 기분이 좋네요. 네네, 그만 웃을게요. 하지만 너무 기쁜 걸요? 저는 당신을 몇 년 동안이나 기다렸거든요. 어쨌든 말씀드릴게요. 여기는 보시다시피 ‘방’이에요. 지금 제 옆에 있는 공간이 행성폐기창이고, 저쪽은 시간봉인창이에요. 음, 들어가는 건 비추. 아마 지독하게 괴로울 거예요. 뭐가 있냐고요? 궁금하면 직접 가보세요. 괴로울 거라면서 왜 가라고 하느냐고요? 그거야... 궁금하다면서요? 그럼 부딪혀보셔야죠. 하하! 한 가지 힌트를 드리면요, 당신은 저 문을 통해 들어왔어요. 이 ‘방’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