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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oomy 2022. 3. 9. 11:27

김동리 - [역마]

 

(원작 결말)

한 걸음, 한 걸음, 이 발을 옮겨 놓을수록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어. 멀리 버드나무 사이에서 그의 뒷 모양을 바라보고서 있을 어머니의 주막이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갈무렵 하여서는, 육자배기 가락으로 제법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고 있는 것이었다.

 

(뒷이야기 창작)

성기는 엿판만 만지작거리다 금새 해동마을에 다다랐다. 그곳에서 새 인생을 살아보겠노라 다짐하면서. 봉숭아,살구꽃,개나리 할 것없이 많은 꽃들이 흐드러지게 마을 뒷산을 가득 메운 봄이 되던 해에 성기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새하얀 엿을 팔고있었다.


"꽃은 꽃이 아니고......"


갑자기 들려온 낯선 소리에 성기는 툭툭 자르던 엿가락을 떨어뜨리고말았다. 그 자리엔 오래전 성기를 이곳으로 이끌게 한 장본인인 계연과 꼭 닮은 아이 한명만이 서있을뿐이었다.


"꽃은 꽃이 아니고......"
"뭐어?"
"꽃......"


아이는 이상하리만치 어색한 말만을 남기고 떠나버렸다. 그 아이는 담날, 그담날, 또 그담날도 성기 곁에 항상 있었다.


"너 이름이 무어냐?"
"계림."

 

아이는 이름을 말하고는 성기의 손에 작은 풀꽃 하나를 쥐어주고 떠났다. 아이가 유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애정의 수단이었다. 성기는 소심하고 무뚝뚝한 자신이 유일하게 한 애정표현이었던 계연을 때린 사건을 회상해냈다. 그 일과는 다르게 계림은 따뜻하다는 차이점이 있기는 했다. 그담날 아이는 또 성기 곁에 찾아왔다. 오늘 와서는 약간 진지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나두 엿가락같은 인생 한번 살아보구싶다. 새하얗고 쭉 뻗은 길을 아저씨랑 걸을래."


성기는 짐짓 난처했지만 방랑자 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그 아이와 함께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어느새 함께 해동마을을 넘고있었다. 걷는동안 기분좋은 꽃냄새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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