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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y Nation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있나요? 본문

자작글/감상, 비평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있나요?

ARooomy 2022. 3. 9. 11:44

역도부 폐지 및 부활에 관해 비판하는 주장도, 한 학우의 단식투쟁을 지지하는 주장도, 국정원 선거개입 시국선언을 고려하자는 주장도, 시국선언을 반대하는 주장도, NLL에는 평화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남북의견을 조율해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어 ‘평화’를 이룩하자던 주장도, 모두 존중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학교를 위해 행한 단식투쟁을 비하하는 주장은, 현재의 역도부 사태에 대해 용감히 단식투쟁을 했던 한 학우를 비하하는 주장은, 스스로를 좌-우 성향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자신과 반대성향의 타인에게는 인신공격을 하는 주장은, 타인이 선호하는 것을 포용하기 보다는 다분히 조롱하는 말로써 정신적 테러리즘을 가하는 주장은, 모두 존중하기보다는 ‘개인의 책임’을 먼저 물어야 마땅합니다.

지금의 사이버공간은 참여, 공유, 개방을 위해 존재하는 웹2.0시대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인터넷 논객들은 사이버공간에서 자신의 집단에 갇혀 그 외의 집단이 말하는 논리를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대집단의 논리를 파괴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근거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옛 말에는 삼인성호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없던 호랑이도 세 사람이 말하면 ‘의심’하게 되고, 결국은 없는 호랑이가 생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거짓이 실체를 만듭니다. 조작이 진리를 만듭니다. 거짓과 조작이 여론이라는 이름아래 ‘진리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신의 논리가 궁지에 몰리면 “종북”이 나옵니다. 자신의 논리가 먹히지 않으면 “꼴통”이 나옵니다. 17세기의 시인 존 밀턴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모든 주의와 주장을 이 땅 위에 자유로이 활동하도록 내버려두라. (중략) 진리와 거짓이 서로 다투게 하라. 어느 누가 자유롭고 개방된 대결에서 진리가 패배하리라고 본다는 말인가?”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의 진리만을 설득하기 위해 어떤 근거도, 어떤 표현도, 설사 그것이 고인을 능욕하는 표현이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어떤 정보도 걸러지지 않고 방송에, 언론에, 인터넷에, SNS에 뿌리를 내려 단 몇 분 만에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퍼집니다. 하나의 정보가 조작되면 몇 십, 몇 백 개의 다른 주장과 콘텐츠로 형성되어 그것이 진리인 양 퍼집니다. 따라서 먼저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상호책임 없이 행하는 표현의 자유는 우리의 개별성을 지탱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훼손할 뿐입니다.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의 사상, 표현,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땅 위에서 우리는 활발하게 서로의 주장을 ‘진리화’하기 위해 설득하고 있습니다. 이는 숙의민주주의를 위한 활발한 토론의 장을 열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반대집단과 편을 가르고 그들의 논리를 무조건 파괴하기 위해 자유를 이용해버리는 세태가 만연해버렸습니다. 이것은 오히려 숙의를 배제한 채 각자의 존엄성과 개별성을 무너뜨리는 폭력을 낳았습니다.

인터넷상에서 스스로의 주체성을 타인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찾지 맙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나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