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my Nation
1 본문
여기 작디작은 먼지다듬이가 있습니다. 먼지다듬이는 숲속 작은 나무 밑동 아래 먼지구덩이 속에 살고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이곳이었고, 가족도, 친구도, 이름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하늘이 보였고, 그때부터 자신의 이름을 '하늘'이라고 불렀습니다. 하늘이는 숲속 친구들도 같은 하늘 아래 태어났으니, 모두 자신과 떨어질 수 없는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만 좀 웃겨! 내가 왜 네 친구야?” 오늘도 어김없이 나나가 하늘이에게 핀잔을 줍니다. 나나는 숲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나비랍니다.
“너처럼 작은 몸집을 갖고 있으면, 친구들이 위기에 빠져도 구해줄 수가 없다고! 그러니까 넌 절대 우리와 같이 다닐 수 없어! 꿈 좀 깨.” 미스터 용감무쌍이 말했습니다. 용감무쌍은 오로지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수다쟁이 무당벌레랍니다.
“게다가 할 줄 아는 일이 하나도 없어. 우린 이렇게 높이 뛸 수 있는데 말이야.” 숲의 벼룩 삼형제인 푸푸, 샤샤, 레레가 말하며 점프 실력을 뽐내듯 총총 뛰며 지나갔습니다.
“넌 너무 약하고 작아서 먼지 같네.” 대화를 듣던 강철집게가 비아냥거리듯이 말했습니다. 강철집게는 친구들 중에서 가장 힘이 센 집게벌레입니다.
“맞아, 그거 좋네! 먼지는 먼지처럼 쓸어버려야지~” 나나가 날갯짓을 하자 하늘이는 휘청거렸습니다.
“나…나나야, 그만해…” 하늘이가 힘겨운 듯 말했습니다.
“흥, 난 먼지랑은 친구 아니야!” 나나는 하늘이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계속해서 날개를 펄럭였습니다. 하늘이가 작은 몸으로 버티고 있는 모습이 우스웠던지, 강철집게와 미스터 용감무쌍은 크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먼지는 어떻게 해도 먼지!”
“먼지는 먼지처럼 사라져야지~”
“내, 내 이름은 하늘이라고… 하늘!” 하늘이는 날갯짓 때문에 일어난 바람을 버티며 힘겹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작고 약하니까, 내일 재주 뽐내기 대회에서 한번 사라지는 재주나 부려봐!” 나나가 날갯짓을 멈추고 말했습니다. 재주 뽐내기 대회는 해마다 열리는 숲의 축제입니다. 이 대회의 우승자는 다음 대회가 열릴 때까지 ‘인기왕’이라는 칭호를 얻기 때문에, 모두들 틈틈이 재주를 갈고닦는답니다.
“너무해… 정말 너무해 얘들아…!” 하늘이는 휘청거리던 몸을 바로잡고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인 나무 밑동 먼지가 가득한 집으로 뛰어왔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잘하는 일이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것밖에는 없는 것일까, 하고 말입니다. 그러다 눈물 때문에 흐릿해진 하늘을 바라보며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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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재주 뽐내기 대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모두들 분주하게 숲의 광장으로 모였습니다. 하늘이도 먼지구덩이 속을 동동 구르기만 하다가 결국 광장으로 갔습니다. 가던 도중 커다란 분홍색 리본이 먼지구덩이 앞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지만, 시간이 촉박해 그냥 지나쳤습니다. 도착한 하늘이는 나나가 광장 구석에서 안절부절 못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기… 나나야, 뭐해?”
“아, 내 리본이 없어져서, 근데 누구?” 나나는 하늘이의 물음에 대답하며 뒤돌아보았습니다.
“뭐야, 저리 가. 뭐 좀 찾고 있단 말이야.” 하늘이를 보자 나나는 시큰둥하게 말했습니다. 하늘이는 자신의 집 앞에 떨어져 있던 분홍리본이 생각났습니다.
“아… 혹시 분홍색 리본 말하는 거야?”
“어? 어. 맞아.” 나나는 놀란듯이 대답했습니다. 하늘이는 나나의 대답을 듣고 얼른 집으로 뛰어가 분홍색 리본을 가져왔습니다.
“헉, 헉… 나나야, 이 리본 맞아?” 하늘이는 숨이 차서 급하게 말했습니다.
“그, 그거 맞아. 어디 있었어?”
“휴우, 우리 집 앞에 있던데… 왜 거기까지 날아왔을까? 우리 집은 너무 구석진 곳이라 날려 오기도 쉽지 않을텐데….” 하늘이는 숨을 고르고 나나에게 대답했습니다.
“그, 글쎄? 아무튼 찾아준 건 고마워.” 나나는 하늘이의 말을 듣고 당황해하며 빠르게 자리를 피했습니다. 하늘이는 나나가 당황해하는 모습을 자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조금 의아했습니다.
하나, 둘 친구들이 모이자, 대회가 시작되는 팡파레가 울렸습니다. 대회의 진행은 벼룩 삼형제가 맡았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나나입니다. 나나는 나무 사이를 비행하는 재주를 준비해왔네요. 나무 사이를 빠르게, 하지만 날개에 큰 리본을 덧대어 더욱 아름답게 날아다닙니다.
“와~ 역시 나나!”
“어쩜 저렇게 예쁘지?” 하늘이도 나나가 비행하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자신이 더욱 초라해보였습니다. 실은 작은 몸집을 이용해 작은 돌 틈에 빠르게 몸을 숨기는 마술을 준비해왔거든요. 다른 친구들과 비교되어 오늘도 놀림을 받을까 걱정만 커져갔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나나의 모습이 커보였습니다.
나나는 마지막 나무 사이를 통과해 광장 가운데 도착했습니다. 친구들은 환호하며 나나를 환영했습니다. 두 번째 순서는 강철집게입니다. 강철집게는 강철만큼 단단한 집게로 돌멩이를 격파하는 재주를 준비해왔습니다.
“으랏차!” 강철집게가 한번 집게를 휘두르자 돌멩이에 금이 갔습니다.
“다시 한번, 으랏차!” 강철집게가 두 번 집게를 휘두르자 돌멩이에 틈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강철집게는 자신의 몸통만한 돌멩이를 두 동강 내었습니다. 친구들은 놀라워하며 말했습니다.
“와아~ 진짜 강철이네 강철”
“저 집게만 있으면 숲의 안전은 끄떡없다고!”
“맞아, 맞아. 저렇게 힘이 세니까 뭐든 무찌를 수 있을 거야!”
친구들의 환호소리가 커지고 순서가 넘어갈수록 하늘이는 심란하기만 합니다. 여전히 돌 틈에 숨는 마술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걱정입니다. 강철집게의 격파가 끝나고, 미스터 용감무쌍의 차례가 왔습니다. 용감무쌍은 정의로움에 관한 연설을 하네요.
“에헴, 에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숲의 쓰레기를 주워. 우리 숲이 항상 깨끗한 이유는 바로 이 몸 덕분이란 말이지. 그리고 친구가 넘어졌을 때 제일 먼저 달려가서 일으켜 준다고. 즉! 이 몸은 오로지 정의를 위해서만 행동한다는 말이야! 너희들도 이 미스터 용감무쌍을 본받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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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때였습니다! 족히 이틀은 굶어 삐쩍 마른 쥐 한 마리가 숲의 광장으로 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으아아! 배고파! 배가 너무 고파!” 쥐가 포효하듯 외쳤습니다.
쥐는 숲의 친구들을 보자 빠른 속도로 뛰어와 벌써 광장 입구까지 도달했습니다. 숲 친구들은 놀라서 도망갔습니다. 하늘이는 돌 틈에, 강철집게와 미스터 용감무쌍은 나무의 옹이에, 벼룩 삼형제는 점프해서 나뭇가지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나나의 날개에 단 리본이 그만 나무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읏, 으으… 얘들아 도와줘! 리본이 안 빠져!” 나나는 도망가던 친구들에게 외쳤습니다. 하지만 어느 친구도 쉽게 나서지 못했습니다. 친구들은 미스터 용감무쌍을 쳐다보았습니다만, 그는 이미 나무옹이에 숨어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쥐는 나나를 발견하고 마침내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대로는 나나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강철집게가 나나 쪽으로 달려왔습니다. 쥐가 나나의 날개를 잡아채려는 순간, 강철집게는 강한 집게로 쥐의 수염을 당겼습니다.
“으랏차!” 강철집게가 한번 힘을 주자, 쥐의 수염이 삐죽 튀어나왔습니다.
“다시! 으랏차!” 강철집게가 두 번 힘을 주자, 쥐의 수염 한 가닥이 거의 뽑혀 나왔습니다.
“아얏! 아야!” 쥐의 수염이 난 살갗이 빨갛게 부풀었습니다. 쥐는 부어오른 살을 만지며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성이 오를 대로 오른 쥐는 강철집게에게 달려갔습니다. 강철집게는 쥐가 자신에게 오자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이는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친구들이 다치면 어쩌나, 너무나 걱정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성난 쥐의 콧구멍이 벌렁거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작은 몸집을 이용해 저 콧구멍 속으로 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하늘이는 돌 틈에서 빠져나와 전력으로 질주해 쥐의 콧구멍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에, 에, 에취!” 쥐는 강철집게를 쫓던 것을 멈추고 간지러운 듯 재채기를 했습니다. 하늘이는 콧구멍 속을 마음껏 휘저었습니다. 코 벽에 붙은 코딱지도 건드려보고, 돌 틈에서 자신의 몸에 붙었던 모래도 이리저리 흩뿌렸습니다.
“흐에엥, 에, 에취! 에취!” 쥐는 너무 간지러워 팔짝 뛰었습니다. 그리고 광장을 빠져나와 계속해서 달렸습니다. 달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재채기를 했습니다. 하늘이는 이번에는 콧구멍의 좀 더 깊숙한 곳을 간질였습니다. 하늘이가 쥐의 콧구멍 속으로 들어가 쥐가 간지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벼룩 삼형제인 샤샤, 레레, 푸푸가 소곤거렸습니다.
“저기 좀 봐, 먼지가 쥐를 무찌르고 있다, 샤!”
“먼지가 웬일이지, 레?”
“쥐가 숲 밖으로 나가고 있어, 푸!”
“에, 에취! 으하하, 와하하하! 에취!” 쥐는 간지러워서 숲이 떠나가라 웃고, 또 웃어대며 달렸습니다. 그러다 낭떠러지가 있는 숲의 외곽까지 왔습니다. 하늘이는 낭떠러지 근처까지 쥐가 온 것을 보고 재빨리 빠져나왔습니다. 계속 웃으며 앞도 보지 않고 달리던 쥐는, 드디어 간지러움이 멈춘 것을 느끼고 앞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낭떠러지의 바로 앞이었습니다. 쥐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
“으악! 으아아악!” 쥐는 숲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며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졌습니다.
쥐가 없어진 것을 파악하고 숨어있던 친구들이 하나, 둘, 다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강철집게는 하늘이를 보고 부끄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말했습니다.
“음, 고마워, 고마워 정말로. 네가 없었으면 우리는 다 쥐의 먹이가 됐을 거야.”
“와, 너 정말 대단했어, 푸. 진짜 대단했다고, 푸!” 벼룩 삼형제 중 하나인 푸푸가 총총 뛰어와 하늘이의 용기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미스터 용감무쌍이 느릿느릿 걸어오며 말했습니다.
“어, 그, 너 꽤 하던데? 나도 딱! 나가서 쥐를 무찌르려고 했는데 말이야, 네가 먼저 나오더라고~”
“뭔 소리래, 샤. 너 옹이에서 벌벌 떨고 있었잖아, 샤!” 벼룩 삼형제 중 하나인 샤샤가 비아냥거리듯 말했습니다.
“아, 아니, 아니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미스터 용감무쌍이 당황하며 말했습니다.
“미스터 용감무쌍은 무슨, 넌 이제부터 미스터 허풍쟁이야, 샤. 허풍 좀 그만 떨라고, 샤~” 샤샤의 말을 듣고 친구들이 모두 미스터 용감무쌍을 쳐다보았습니다. 용감무쌍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습니다.
“아, 아니, 그게, 어쨌든 고맙다고… 구해줘서.”
“그나저나, 대회는 어떻게 되는 거지? 다시 열어야 하나?” 강철집게가 아수라장이 된 광장을 보며 말했습니다.
“음… 이제 투표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레? 나나도 했고, 강철집게도, 미스터 용감무쌍도 했으니까, 레~” 벼룩 삼형제 중 레레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듯 말했습니다.
“아! 먼지! 먼지가 아직 안했잖아, 푸!” 레레의 말을 듣고 푸푸가 깨달았다는 듯이 외쳤습니다. 하늘이는 친구들의 눈치를 보며 말했습니다.
“저기… 나는 그냥 안할게. 참가했던 세 친구들 중에서 투표하는 게 어떨까?” 눈치를 보던 하늘이를 보고 강철집게가 말했습니다.
“먼지는 쥐를 무찌른 것으로 재주를 대신하는 게 어때?”
“오! 그럼 우승자는 먼지 확정인데, 레. 그건 대단한 재주잖아, 레~” 레레가 말했습니다. 친구들은 강철집게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자, 잠깐만! 나는 대회에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하늘이가 놀라며 말했습니다.
“에이, 어차피 마지막 차례는 너였어, 샤. 쥐를 무찌른 건 엄청난 재주다, 샤!”
“그럼 시상식을 준비하자, 레!”
“메달을 가져오자, 푸!” 벼룩 삼형제인 샤샤, 레레, 푸푸는 ‘인기왕’이라고 적힌 메달을 들고와 시상식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나나가 갑자기 날개를 소리가 나게 펄럭이더니 광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광장은 다시 조금 어색해졌지만, 시상식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튼, 올해 재주 뽐내기 대회의 우승자는, 쥐를 물리친 영웅! 먼지다, 푸!” 푸푸는 하늘이의 목에 메달을 걸어주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하늘이는 메달을 받아 기쁘면서도 조금 서운했습니다. 하늘이라는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 그런데 내 이름은 하늘인데…” 하늘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박수소리가 너무 커 아무도 하늘이의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와아아~ 쥐를 물리친 영웅!”
“저 작은 몸집으로 그 큰 쥐를 물리치다니!” 숲속 친구들은 하늘이를 환호했고, 대회는 무사히 끝이 났습니다.
“그럼, 내일 봐!” 친구들이 하늘이에게 말했습니다. 하늘이는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인사를 받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늘이는 집으로 가는 내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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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이 왔습니다. 하늘이가 걸어갈 때마다 친구들이 인사를 합니다. 하늘이는 기분이 좋아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항상 눈물 때문에 흐릿하던 하늘도 오늘은 맑습니다. 들판에 누워있다가, 멀리서 나나의 날갯짓이 보였습니다. 하늘이가 있는 줄도 모르고 곁까지 날아온 나나는 정면으로 하늘이와 마주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어, 안녕” 나나는 하늘이와 눈이 마주쳐 인사했지만, 머뭇거렸습니다. 그러자 하늘이는 나나에게 용기 내어 말을 꺼냈습니다.
“저기, 하, 할 말이 있어!”
“뭐, 뭔데?” 나나는 당황한 듯 대답했습니다.
“사실… 네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아. 하, 하지만, 나는 그냥 모두와 친해지고 싶었어. 그리고 사실…” 하늘이는 재주 뽐내기 대회에서 받은 메달을 꺼내 나나에게 건넸습니다.
“이 메달은 너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아…. 그때 네가 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거든. 난… 난 너의 날갯짓이 좋아! 너처럼 아름답게 날아다니는 나비는 없을 거야.” 하늘이는 괜히 말끝을 올려 당차게 말했습니다.
“사실, 사실은 네가 싫어서 피한 건 아니었어. 음.” 메달은 받은 나나가 부끄러운 듯 말끝을 흐리며 말했습니다. 하늘이는 나나의 말을 듣고 싱긋 웃어보였고, 나나도 그제야 하늘이를 보며 살짝 미소 지었습니다.
“나, 대회 전날 너희 집에 갔었어.”
“응…? 갑자기 무슨 말이야?”
“조금 심했단 생각이 들었었거든. 먼지라며 놀렸던 것도, 바람으로 널 넘어뜨린 것도.” 나나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 음, 괜찮아… 괜찮아, 나나야.” 하늘이는 놀랐지만 나나가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알고 다독이는 말투로 답했습니다.
“그냥, 친구들하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심해진 것 같아….” 나나가 작은 소리로 혼잣말하듯 말했습니다. 하늘이는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그나저나, 뭐 하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지자 나나가 말했습니다.
“하늘을 보고 있었어. 사실 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게 좋아서, 그래서 내 이름도 ‘하늘’이라고 지었어. 네가 부럽다! 나도… 나도 날개가 있다면…” 하늘이는 내심 아쉬워하며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 같이 날까?” 나나가 아쉬워하는 하늘이에게 말했습니다.
“응? 어떻게?”
“넌 작고 가볍잖아!” 나나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 저기… 또… 나를 놀리는 거야…?” 하늘이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아이 참!” 나나는 그런 하늘이에게 활짝 웃어 보이며 하늘이를 등에 태웠습니다.
“우왓! 나, 나나야! 뭐하는 거야!” 하늘이는 깜짝 놀라 말했습니다.
“후후, 넌 작고 가볍지~ 그러니까 내 날개에 태우고 날면 되지.” 나나가 약간은 놀리는 어투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을까?” 하늘이는 나나의 등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말했습니다.
“이미 우린 딱 붙었는데 뭘~ 자, 꽉 잡아!” 나나는 말이 끝나자마자 힘차게 날개를 펼쳤습니다. 지는 태양빛을 받아 나나의 날개는 더욱 윤기가 돌았습니다. 하늘이는 그런 나나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습니다.
“예쁘다.”
“응? 뭐라고? 하늘아, 잘 안들려!” 부대끼는 바람소리에 잘 들리지 않았던지, 나나는 크게 외쳤습니다. 하지만 하늘이는 똑똑히 들었습니다. 나나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것을요.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나나야, 고마워!” 하늘이는 큰 소리로 나나에게 외쳤습니다. 하지만 나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하늘이는 나나의 입 꼬리가 높이 올라간 것을 보았습니다. 나나와 하늘이는 숲의 호수 위까지 날아왔습니다. 숲속 친구들은 둘이 함께 나는 모습을 보고 말했습니다.
“저기 봐! 먼지가 하늘을 나네?”
“아니지, 하늘이가 하늘을 나네!”
<하늘이라고 불러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