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my Nation
햇살 좋은 오후입니다. 녹음(綠陰)이 가득한 지상배수로를 따라 걷습니다. 친구들도 깔깔깔 신이 나서 나뭇잎도 따보고, 콩벌레도 잡아보고, 돋보기로 종이도 태워보고, 태양 째려보기 놀이도 합니다. 다흰이는 언제나와 같은 이 아름다운 일상을 좋아합니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동네에 못 보던 강아지가 한 마리 보입니다. 담장 밑에서 빼꼼-, 고개만 내밀고 가만히 있는 모습이, 얼굴이 끼었나봐요. “얘! 멍멍아 넌 누구야?” 멍멍이는 대답이 없습니다. 미동도 없습니다.“멍멍아~ 넌 어디서 온 거야?” 다흰이는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여전히 멍멍이는 대답이 없습니다. 여전히 미동조차 없습니다.“멍멍아! 뙤양볕 더위라도 먹은거야?” 다흰이는 멍멍이의 코를 톡-, 쳤습니다. 그러자, 데굴데굴 데..
과학은 오랫동안 세상을 지배해왔다. 나무를 가공해 종이를 만들었고, 석탄을 태워 얻어낸 에너지로 우리의 다리를 쓸모 없게 만들었다. 우리는 무너지지 않을 모래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자연을 이용하려는 것이 생태계를 파괴해왔다고 주장한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 매연으로 가득한 하늘. 나는 이 같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없애기 위해 어디서든 자랄 수 있는 식물의 배양 실험을 비밀리에 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과학은 또 한 단계 진보했다. 플라스틱 위에서 식물이 자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물과 빛, 그리고 흙이 있어야 식물이 자랄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는 모두 식물이 영양분을 빨아먹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나는 이를 깨닫고 그 수단만 조금 바꿔주는 실험을 했다. 식물의 분자수준에..
축하합니다! 이제 막 첫 번째 행성을 폐기했습니다. 다음은 어느 것으로 할까요? 아 참, 지금 막 깨어나셨죠? 그러니까 성함이... 네? 그딴 건 됐고 설명이나 해달라고요? 하하하, 이번에는 성격이 화끈하신 분이라 기분이 좋네요. 네네, 그만 웃을게요. 하지만 너무 기쁜 걸요? 저는 당신을 몇 년 동안이나 기다렸거든요. 어쨌든 말씀드릴게요. 여기는 보시다시피 ‘방’이에요. 지금 제 옆에 있는 공간이 행성폐기창이고, 저쪽은 시간봉인창이에요. 음, 들어가는 건 비추. 아마 지독하게 괴로울 거예요. 뭐가 있냐고요? 궁금하면 직접 가보세요. 괴로울 거라면서 왜 가라고 하느냐고요? 그거야... 궁금하다면서요? 그럼 부딪혀보셔야죠. 하하! 한 가지 힌트를 드리면요, 당신은 저 문을 통해 들어왔어요. 이 ‘방’으로요..